[요약] 자녀를 잃은 비극적 사건 이후, 복수를 꿈꾸며 떠난 여정에서 마주하는 가족의 상처와 치유 과정을 다룬 영화 리뷰입니다.
2026년 8월 25일자 기사 기준,
자녀를 잃는 고통은 부모가 감내할 수 있는 가장 큰 비극 중 하나입니다. 영화 '경주로 가는 길'은 학교 수학여행 중 살해당한 막내 경주의 사건 이후,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화는 사건 발생 8년 후, 어머니 옥실(이정은 분)과 세 딸이 경주로 로드트립을 떠나는 의외로 밝은 분위기로 시작됩니다. 이들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막내를 죽게 만든 범인에게 직접 복수하는 것입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복수를 시도하려는 가족의 서투른 모습과 예상치 못한 소동들을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그려냅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세 딸의 캐릭터가 구축되는 과정은 유쾌하면서도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러나 극의 흐름은 급격히 전환됩니다. 가족이 납치하여 죽이려 했던 범인 상현(변요한 분)이 탈출하면서,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로 변모합니다. 범인의 잔혹한 행위와 함께, 그동안 억눌려 왔던 가족 내부의 죄책감, 슬픔, 불안 등 깊은 감정적 균열이 표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최근 유행하는 카타르시스 중심의 복수극과는 차별화됩니다. 영화는 범인에 대한 동정이나 단순한 복수의 쾌감보다는, 사건 이후 남겨진 피해자 가족이 일상에서 겪는 실질적인 고통과 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죽음을 수용하며 가족의 유대를 재확인하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배우 이정은의 절제되면서도 애절한 연기는 상실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깊이 있게 전달하며, 장르적 전환이 주는 급격한 분위기 변화는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